2. 두번째 이별
사랑하는 우리 첫째 딸 핑키는, 19살 무렵 갑자기 다리를 절기 시작했어요. 워낙 노묘이기 때문에 관절이 안 좋아졌구나 하고는 며칠 두고 보았는데, 무릎 주위가 부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매일매일 하루가 다르게 커져가는 다리를 보고, 보통일이 아님을 깨닫고는 곧장 수의사를 찾아갔습니다. 그때 저희는 캐나다에 있었어요. 늙은 우리 핑키를 데리고 이미 이사를 몇 차례나 했는데 결국 캐나다라는 먼 땅까지 끌고 왔었네요. 수의사는 보자마자 이것은 뼈나 림프에 발생하는 암인것 같다. 핑키의 나이를 고려했을 때 검사나 수술적인 치료는 권장하지 않고, 맛있는 것 먹고 편안하게 살다가 가게 해 주는 것이 최선이다 라고 하셨습니다. 어느정도 예상했던 이야기라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긴 했지만, 마음이 참 슬펐습니다. 제 삶의 일부라고 느껴질 만큼 너무나 당연히 존재하던 무언가가 이제 곧 내 곁에 없을 것이라고 하니까요.
핑키의 허벅지가 자신의 머리만큼이나 커질만큼 암덩어리는 매일매일 무서운 속도로 자랐습니다. 다리가 접히지 않으니 화장실을 드나들 수 없어 실수도 많이했습니다. 그 깔끔하던 아이가 화장실을 앞에두고도 들어갈 수 없어서 실수해야했을때, 얼마나 당황했을까요. 커져버린 암덩이로 거동이 힘들어지던 어느날, 좋아하던 간식을 줘도 먹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는 이제는 헤어져야 하는 날이 가까이 왔다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제 고양이가 힘없이 누워서 끙끙 앓으며 고통스러워 하는 것을 보는것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안락사로 보내주는 것이 핑키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이 아닐까 고민하다가 안락사를 시행하는 기관에 상담도 몇 차례 했습니다. 그런 고민을 하던 중 제 고양이는 무지개 다리를 건넜어요. 저희 아기의 백일 다음날 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기 백일상 준비로 바쁠테니 자신에게는 신경 쓰지 말라는 듯이 하루를 꼭 참아주고는, 그 다음날 그것도 제가 아기 낮잠 재우며 스르륵 같이 잠들어 버린 그 한 시간 사이에 우리 핑키가 혼자 가버렸습니다. 아기 때문에 마음껏 안아주지 못했던 시간들이 후회되고 미안해서 많이 울었습니다. 마지막에 안아줬던 그 따뜻한 느낌만은 꼭 가지고 떠났기를 바래봅니다.
두 마리의 사랑했던 고양이와 이별했던 과정을 생각해보면, 안락사가 필요하냐 아니냐 하는 것에는 그리 간단히 그렇다 또는 아니다로 결론짓기가 참 어려운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핑키가 떠나기 전 약 2달은 핑키에게도 저에게도 굉장히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29주 미숙아로 태어나 NICU에서 퇴원한지 한 달된 아이를 케어하고 있었습니다. 육체적으로, 심적으로 많이 지쳐있었던 탓에 미안하게도 핑키에게 살뜰히 대할 수가 없었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안락사를 생각했습니다. 무엇이 옳은가를 여러 날 고민했지만, 청이를 안락사로 보낸 후 따라다니던 죄책감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아 선뜻 결정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고민하는 찰나 핑키가 떠났습니다. 제 스스로 핑키의 죽음을 선택하지는 않아도 되었지만, 가기 전 너무나 힘들어하던 것을 생각하면 그냥 좀 편안하게(정말 그럴것이라고 믿어요) 보내주었어야 했을까 하는 후회도 남습니다. 핑키는 캐나다에서 장례를 치뤘습니다. 화장하여 뼈를 병에 담아 받고 400불 가량을 지불하고, 제 두마리 소중 했던 반려묘와 이별을 했습니다.
이런 순간은 모든 반려동물 보호자에게 꼭 찾아오겠지요. 작은 조언을 드리자면, 장례 업체를 시간이 있을때 잘 알아보시고 메모해두세요. 나중에는 잘 생각나지도 않을 뿐더러, 경황이 없어서 마음에 들지 않는 곳에서 비싼 돈을 주어가며 이별해야 할 수도 있으니까요. 또, 보호자의 건강을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내 몸이 힘들어지면 가족도, 반려동물도 모두 힘들어집니다. 스스로가 행복하고 건강해야 곁에있는 사랑하는 것들을 잘 지킬 수 있다는 당연함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재미없는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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