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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mal

내 고양이 이야기-핑키와 청

by 루크네 2022. 10. 25.

 

저는 20년 가량을 고양이님들과 생활한 고양이 집사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사랑하는 제 둘째 고양이 청이가 2017년에 별이 된 후, 첫째 고양이 핑키마저 2021년 무지개 다리를 건너기까지 집사였습니다. 우연치 않은 계기로 만나게 된 두 마리 고양이와 함께 내 삶의 가장 큰 에너지를 발산했던 2~30대 시절을 거쳐, 이제는 한 가정의 엄마로, 아내로 살아가는 40대까지.. 어쩌면 제 인생의 대부분을 고양이와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거에요. '서당개가 풍월을 읆는다' 는 속담처럼 고양이와 생활한 긴 시간은 수의사 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고양이들의 습성, 질병 등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갖추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이 곳에서 제 특별했던, 그러나 지금은 제 옆에 없는, 두 마리 고양이에 대한 흔적을 남겨보고자 합니다. 고양이가 떠나고 나니 , 그들과 함께 했던 삶 자체가 함께 사라져 버린 것 같은 상실감에 힘들었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 마음에, 머리속에 깊숙이 잠자고 있던 제 두 고양이의 기억을 하나하나 소환하다보니, 내가 가진 기억가운데 이토록 또렷한 기억이 또 있을까 할 만큼 우리 고양이들의 눈빛이 선합니다. 오늘 퇴근하고 집에가면 핑키는 멀리 앉아서, 청이는 냐옹하면서 저를 반갑게 맞아 줄것만 같아요. 꼬리를 바짝 세운 채 내 다리에 제 털을 비벼대며 인사할 것만 같습니다.

 

핑키-- 2002. 5월생 추정 ~ 2021. 5월 터키쉬 앙고라

핑키와 청의 성향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핑키의 품종은 터키쉬 앙고라였는데, 그야말로 착하고 착한 고양이의 표본이라고 할까요. 조용하고, 새침하고, 참을성 많지만 또 애교도 많은 고양이. 그래서 저는 핑키를 가장 '세상에서 가장 착한 고양이'라고 부르곤 했답니다. 터키쉬 앙고라 품종은 본래 성격이 유순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고양이를 자주 접해 본 제 생각엔, 이것은 완전히 고양이의 성향차이인것 같습니다. 고양이를 가진사람들이 만나는 동호회 모임에서 저는 다른 터키쉬 앙고라 고양이들을 많이 만났는데, 주인도 물어버리는 사나운 고양이도 종종 보았답니다. 이렇게 작은 생명체인 고양이들이 성격이 제 각각 이라고 하니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가요. 핑키는 전형적인 고양이 처럼 생긴 고양이입니다. 커다란 눈에 사랑스러운 핑크빛 귀와 코를 가졌어요. 그래서 이름도 핑키라고 지었습니다. 고양이중에서도 미묘에 속하는 우리 핑키, 제 큰 딸에겐 제가 못해준 것이 너무 많아 아직도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몸이 매우 아픈 채로 만났던 청이를 보살펴야했던 시간이 길어져 핑키에게는 사랑을 많이 못 주었던것 같아요. 항상 아픈 고양이를 먼저 챙기다 보니, 자연스레 스스로를 2인자로 생각했던것 같아요. 언니지만, 먹을것도 동생에게 양보하고, 동생 청이에게 발톱 세우지 않고 열심히 그루밍 해주던 예쁜 고양이었어요. 가장 마음이 슬픈기억은 핑키가 하늘나라에 가던날이에요. 핑키는 무릎 부분에 생긴 암덩어리가 급속히 커져 결국 하늘나라로 가게되었는데, 그 날은 생후 6개월경이던 제 아기가 어찌나 찡찡대고 울던지요. 아기를  겨우 재우고  저도 잠시 눈 붙이고 일어났는데 그 사이에 핑키는 혼자 무지개 다리를 건너고있었어요. 얼마나 미안하고 또 미안했는지, 핑키를 끌어안고 펑펑 울던 그날이 생각납니다. 지금도 눈물이 나네요..

 

청 -- 2003. 3월생 추정 ~ 2017. 3월, 페르시안 히말라얀

음..청의 이야기는 정말 길어서 꽤 두꺼운 책 한권을 쓸 수도 있을것 같아요. 이곳에서는 조금씩 이야기하며 저도 기억을 정리하고 싶네요. 우리 청이는 하늘색 눈이 너무 예뻤던 아이에요. 정말 장난꾸러기에 말괄량이였어요. 역시 너무나 순하고 착해서 청이 저에게 발톱을 세웠던 적이 단 한번도 없답니다. 저 뿐 아니라 다른 누군가에게도요. 청이를 분양 받기 위해 사진으로 처음 만났던 날이 생각납니다. 커다란 리트리버옆에 딱 붙어앉아 찍은 사진이었는데요. 사진속에 청은 굉장히 어려보였어요. 2개월도 채 안되었을 것 같은..그 당시 저는 고양이에 대해 무지한 초보 집사였기 때문에, 고양이가 소음에 굉장히 취약한것을 몰랐어요. 부산 어느 농장에서 태어난 청이는, 비행기 화물칸에 실려서 그렇게 저와 김포공항에서 만났습니다. 처음엔 농장인 줄 몰랐는데, 돌이켜 보니 청이가 태어난 곳은 고양이 공장같은 곳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 만난 청이의 건강상태는 심각했어요. 피부병에, 안구진탕, 혈액검사에서 확인된 황달 및 간수치 완전 비정상. 그때 수의사 선생님은 청이를 분양 받은곳에 돌려보내야 한다, 이 아이는 4일안에 죽을것이다 라고 하셨었습니다. 그땐 청이의 건강상태는 안중에 없었고, 그냥 제게 이런 병든 고양이를 보낸 판매자가 너무 미워서 전화를 해서 따졌습니다. 판매자는 다시 돌려보내라 하지만 고양이 꼬리털을 밀어놔서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기 힘들어졌으니, 돈은 환불을 다 못해준다 라는 소리를 했어요. 피부병을 치료하기 위해 꼬리 털을 잘랐었거든요. 화가 끝까지 치민 저는 그렇게 아픈 청이를 다시 돌려보내기 위해 김포공항으로 갔습니다. 김포공항 청사에서 화물 붙이는 칸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이 고양이가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다가 죽을것만 같았거든요. 그때 청에게 말했어요. 4일을 살더라도 나랑 같이 살자..그렇게 발걸음을 돌려 청이와 함께 14년을 꼬박 같이 살았습니다. 4일 밖에 못 산다던 우리 청이는 씩씩하고 대견하게 14년을 살고 무지개 다리를 건넜답니다. 오늘밤은 제 두 고양이와 지금보다 젊었었던, 다시 돌아갈 수 없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그 시간들이 참 그리워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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